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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Archives | 2003/04/01 00:07
 
2003년 4월 15일 새벽 3시, 필자를 비롯한 본사 기자 3명과 인도 기자, 현지 가이드 2명은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이라크 입국을 감행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기 위한 것이었다.
포탄으로 온 거리와 건물들이 폐허로 변한 국경마을을 넘어설 때, 사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고백하건데 개인적으론 너무도 가고 싶지 않은 곳, 바그다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라크 남부에서 한국 기자들이 봉변당하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고 치안 부재의 상황에서 죽었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던 터라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구나 쿠웨이트보다 치안 여건이 좋다는 요르단에서 한국의 기자들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 바그다드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ꡐ나도 기자야, 그러니 나도 국경을 넘어야지ꡑ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ꡐ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나ꡑ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서울로부터 회사의 지침을 기다리기엔 상황이 너무나 불가피했다. 그 때까지의 회사 지침은 ꡐ안전을 고려해 별도의 회사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바그다드 진입을 시도하지 말라ꡑ는 것이었다. 그러나 쿠웨이트에 온 지 3주가 넘어가는데 계속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만 취재를 하고 전쟁의 핵심 현장인 바그다드를 빼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건 기자로서의 직무유기였다. 운명이랄까, 필연이랄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라크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새벽 3시, 부스스한 눈으로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아직 여명에도 이르지 못한 시간, 사방은 컴컴했다.
쿠웨이트 국경을 채 넘기도 전에 미해병대 헌병들이 우리를 제지했다. 우리는 ꡒ이미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국경 통과 허가서를 발급받았다ꡓ고 말했지만 연합군 병사들은 안전 문제를 내세우며 국경을 넘을 수 없다고 가로 막았다.
이른 새벽 동 트기 전에 출발해야만 이라크 주민들과 조우하지 않고 바스라를 거쳐 바그다그까지 겨우 다다를 수 있을텐데 국경을 통과하기도 전에 이들에게 가로 막히다니.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한참동안 승강이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동쪽 저만치에서 이미 해가 떠오른 뒤였다.
우리는 애초 약속대로 차에 기름 넣는 시간 말고는 쉬지 않고 바그다드로 가야만 했다. 주민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달리고 달렸다. 이라크 남부를 통과하니 주변 곳곳으로 야자수 숲이며 강물들, 양 떼와 소 떼가 펼쳐졌다. 정말, 다른 중동지역과는 사뭇 다른 비옥한 땅이었다.
바그다드행 중간 중간에서 미군 보급부대 행렬과 마주칠 때면 맘 놓고 그들을 다시 추월했고 기름이 떨어질 때면 너른 벌판 한가운데에서 급유를 했다.



출발한 지 15시간이 지난 오후 6시경. 드디어 티그리스강과 바그다드의 검게 불탄 도시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릴 적 늘 꿈꿔왔던 상상의 도시, 신밧드의 모험, 하늘을 나는 양탄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의 주무대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멋진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처절한 전쟁터. 매케한 내음이 도시 전체에 깔려 있었고, 10여군데의 하늘은 연기로 짙게 뒤덮여 있었다.

어렵게 전세계 기자들이 몰려있는 팔레스타인호텔에 들어온 것은 컴컴함 밤이 넘어서였다. 하지만 첫날 밤엔 방이 없어 인근 쉐라톤호텔 로비와 차 안에서 쪼그린 채 눈을 붙여야했다.
전기와 모든 통신 수단이 끊겨 비상 발전기로 켜지는 몇몇 조명을 제외하곤 도시 전체가 암흑이었다. 때론 가까이서 때론 멀리서 밤새도록 귓전을 때리는 총소리, 그 사이 사이 들려오는 포탄 소리. 며칠 지나니 이것 또한 자장가처럼 느껴져 두려움조차 무디어졌지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총성은 대부분 알리바바라 불리는 도둑 떼들과 이들을 방어하려는 주민들간에 벌어진 총격전 소리였다.


다음날,후세인 대통령궁에 들어갔을 때 석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후세인의 얼굴상이 정확한데 이순신 장군처럼 투구를 쓰고 있는 거대한 석상이 4개나 궁 앞에 있었다. 바로 함무라비 장군을 본 딴 후세인상이라고 했다. 이것만 보아도 이 나라가 후세인에 의해 결국 이렇게 망가졌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북한에서 개인 우상화를 배웠다는 소문이 그럴듯 해 보였다. 대통령궁 뿐만 아니었다. 바그다드 도시 전체는 후세인 초상화와 동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그다드 주민들의 표정은 죽어있는 사람의 무기력 그 자체였다. NO AMERICA NO SADAM!. 거리에서 들여오는 이러한 외침이 바그다드 보통 시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쟁 전엔 전장으로 떠나는 남자들이 결혼하느라 축제 아닌 축제의 도시가 되었다던 바그다드. 그 도시가 이젠 수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이 넘쳐나는 장례와 유령의 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알리바바가 되어 무참한 약탈이 자행되는 광기의 도시로 변했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처연한 정글의 법칙이었다. 힘 있고, 머리 빠른 자만이 험난한 땅에서 살아날 수 있는 잔인한 법칙이었다.
인류 최고의 고대 문명을 꽃 피웠던 이라크. 이곳은 지금 미영 연합군의 어설픈 세계평화 기치 아래 무참히 짓밟혔다. 이라크인들의 자존심은 외국인이 보아도 연민의 정이 느껴질 만큼 땅에 떨어졌다.
바빌론에서 기자를 안내했던 가이드는 바그다드대학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어엿한 고고학자였다. 그러나 후세인 치하에서 3달러짜리 월급쟁이 인생으로 전락했고 먹고 살기 위해 가이드를 부업으로 삼게 됐다고 했다. 조국 이라크의 문화 유적이 자신의 눈 앞에서 무참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그 젊은 가이드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참으로 잔인한 전쟁이었다.

이번 전쟁은 저 먼 중동의 한나라에 벌어진 것이었지만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었다. 중동에 진출한 수많은 건설회사의 생존이 걸려있고 북핵 문제 등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전쟁을 한국의 기자가 한국의 시각으로 취재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사진가와 기자들이 세계의 곳곳을 찾아 그 역사의 현장을 우리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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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Iraq, 사진기자, 이라크, 이라크전쟁,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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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우 2007/07/01 22:13 L R X
오호~~이라크도 다녀오셧네요...
BlogIcon UFO 2007/07/03 10:12 L X
자주 와라^^
미니 2013/06/26 17:03 L R X
당신의 해외 원정을 두루 보면서...감탄사가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구낭
BlogIcon UFO 2013/06/27 15:59 L X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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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on the rainy street!
Factory | 2002/12/30 00:00

I'm a little bit moody!

                                                                                  Jirisan,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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